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은자, 모두 유죄>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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